김진형교수의 SW정책 단상

profjkim.egloos.com

포토로그



[인터뷰]“타살 된 우리 SW 산업, 회생의 길은 오직 저작권 보호와 정책 변화 뿐” 저작권 관련 이슈

Zoom in interview (저작권 협회 발간 잡지)

 

타살 된 우리 SW 산업회생의 길은 오직 저작권 보호와 정책 변화 뿐

 

SW 공학 원로카이스트 김진형 교수의 우리 SW 산업 성장을 위한 긴급 제언

 

카이스트 김진형교수가 우리 SW 산업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작심하고 털어놨다김 교수는 SW 산업은 저작권 보호 없이 생존이 불가능한 산업이라고 전제한 뒤 지금까지 주요 SW 소비자인 공공기관과 기업들 사이에 저작권 통째로 빼앗기가 관행처럼 이뤄지면서 우리 SW 산업을 고사시켰다며 긴급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카이스트 김진형 교수의 우리 SW 산업 성장을 위한 긴급 제언을 듣는다.

 

사진 편집실

 

SW 구입은 사용권에 한정한 것저작권 전체를 구입하는 것과 달라

 

SW 산업은 저작권 보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으로 생존이 불가능합니다그런 의미에서 우리 SW 산업은 타살 당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SW 공학 원로격인 카이스트 김진형 교수(65)는 우리 SW 산업의 부진 원인에 대해 타살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썼다그 이유는 무엇일까또한 우리 SW 산업이 누군가에게 타살되었다면 그 범인은 누구일까.

“1980년대 초까지똑똑한 젊은이들이 전산과로 몰리며 SW 산업이 미래 핵심 산업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1990년대 후반까지테헤란로는 벤처 기업인을 꿈꾸는 SW개발자들의 열정으로 새벽까지 환하게 밝았습니다우리 SW 산업의 시작은 건강했다는 뜻입니다그러나 제 제자들 중 SW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실패한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우리 정부와 기업이 눈앞의 이익만 생각해 SW 저작권 보호에 무관심했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죠.”

SW저작권은 SW의 사용권을 말하는 것이지 해당 SW 관련 노하우 전부에 대한 권리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다하지만 대부분 중소 업체인 SW 개발 업체들은 발주 업체인 으로부터 노하우 전부에 대한 권리를 양도하라는 압력을 받아온 것이 현실이다이에 대해 개발 업체인 은 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관례가 되어 왔다.

예를 들어 한 종합병원에서 환자의 진료 기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SW를 발주했다고 가정해 봅시다이 SW는 다른 SW에 비해 성능이 뛰어나 다른 병원에서도 사용하고 싶어 합니다그렇다면 개발 업체에서 타 병원에 납품을 하는 것이 상식이죠하지만 발주한 업체 측에서 우리 병원이 SW 관련 모든 권리를 구입한 것이라 주장하며 해당 SW를 똑같이 만들어 타 병원에 판매를 합니다하지만 여기에 대해 정확한 계약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니 개발 업체는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기관도 SW 베껴 배포SW 산업 발전의 싹 잘라

 

이런 사례는 공공기관에서도 발생한다김 교수의 제자 중 한 명이 학교의 가정통신문과 숙제 등을 학부모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 각 학교에 배포했다.학교와 학부모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앱이었다SW를 돈 주고 판 것도 아니고 무료로 서비스했다수익은 앱을 통한 광고를 통해 실현하는 구조였다앱이 배포되자 각 학교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1년 만에 1500여 학교에서 사용하며 히트를 쳤다개발자는 장밋빛 꿈에 부풀었다하지만 거기까지였다일부 지방 교육부의 공무원들이 이와 똑같은 앱을 외주 업체를 통해 만들어 전국 학교에 나눠주고 심지어 이 제품을 쓰라며 강제까지 한 것이다이를 통해 이 공무원은 인사고과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을지 몰라도 앱을 개발한 업체는 쪽박을 찰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이 사례는 지난 봄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창업 기업인 간담회장에서 이 앱의 개발자인 아이컴퍼니 정인모(22) 대표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지금까지 SW의 불법복제가 우리 SW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란 지적이 많았습니다물론 이 역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우리 SW 불법복제율은 40%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절반 이상 높습니다하지만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SW저작권 중 사용권에 한정한다는 개념을 무시하고 권리 전반을 독점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관행이 바로잡혀야 우리 SW 산업의 미래가 있습니다.”

김 교수가 말하는 타살이란 의미는 기업과 개인의 SW 불법복제와 함께 SW 개발사들이 SW의 2차 저작권을 비롯한 관련 저작권 전부를 독점하려는 욕심으로 인해 과거 건강했던 우리 SW 산업이 빈사 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SW는 끊임없는 유지 보수 필요유지 보수 비용 현실화도 급선무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당연히 SW저작권 보호다지금과 같이 SW 불법복제 근절을 위한 노력은 기본이다이와 함께 정부 차원에서 SW 개발 업체의 저작권을 도용당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돕는 장치가 절실하다하지만 법적인 장치 전에 상식적인 SW 유통구조가 자리 잡히는 것이 급선무다그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유지 보수 비용의 문제다.

SW는 그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유지 보수가 필요한 상품입니다따라서 SW의 가격 결정엔 향후 유지 보수 비용을 책정하는 것이 상식으로 통하고 있습니다실제로 외국계 대형 SW 업체들은 SW가격의 20% 수준에서 년 유지 보수 비용을 받고 있어요그러나 국내 업체에 대해선 이를 무시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습니다SW 업체 측이 하청을 받아 납품할 때향후 유지 보수 비용을 요구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SW 업계에서 유지 보수 비용은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데우리 SW 업체는 이것이 막히는 상황이니 발전이 어려운 것입니다.”

용역이 아닌 기존의 SW를 구입해 사용할 때 역시외국계에 대해선 유지 보수 비용을 지불하지만 국내 SW 회사에 대해선 지갑을 열려 하지 않는다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의 SW 기업 경쟁력 강화가 현실이 되기엔 요원하다.

결론적으로 우리 SW 산업 발전을 위해선 선진국과 같은 상식적인 유통구조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입니다용역을 주어 개발한 SW에 대해선 사용권만 구입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개발 업체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풍토가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또한 해당 SW에 대한 유지 보수 비용을 지급하는 것도 필수입니다기존의 SW를 구입할 때 역시 유지 보수 비용 지급을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최근엔 SW를 일정 기간 대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대여비용에 유지 보수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 개발 업체에도 이득이며사용 업체 역시 SW를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엔  SW 산업 발전이 결국 기업의 이익에도 직결된다는 것을 공감하고 국내 SW 개발 업체에게 유지 보수 비용을 현실화해 지급하는 등의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정부 역시 다방면으로 국내 SW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SW의 상식적 유통이 자리 잡고 있다는 긍정적 변화다하지만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국내 SW 발전은 한국 경제 전반을 좌우할 숙제다이를 완성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현실적 노력들이 필요한 때다.

 

김진형 교수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