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 불법복제, 아직도 문제인 이유
"소프트웨어(SW)불법복제는 빛바랜 문제다. 기존과 같은 SW저작권 이슈를 아직도 반복 제기하는 건 '넌센스'다."
함께 패널로 참석한 윤태덕 이스트소프트 이사는 김 소장의 의문에 대해 "공공부문 업무용 PC일 경우 모두 인터넷에 접속하는 건 아니고 폐쇄망에 연결되거나 아예 온라인으로 쓰지 않기도 한다"며 "민간부문 사용자들에게도 MS같은 방식을 강요할 경우 반발이나 거부감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불법복제를 제외한 사이트라이선스나 패키지SW 공급시 유지관리 라이선스 요율에 대해 냉정히 말하면 제값을 못 받게 됐을 때 계약 체결을 안 했어야 한다"면서도 "힘 있다면 MS처럼 국방부와 문제 빚을 때 더 이슈화시켜 곤란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국내 업체가 협상력 취약한 입장이라는 점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6일 카이스트 김진형 SW정책연구센터 소장이 국내 SW산업 현안가운데 패키지SW 저작권과 불법복제 사안에 대해 이미 충분히 해결 가능한 부분을 현실화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반면 현장에서 SW를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들은 기술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게 공공부문의 구매관행이라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공공SW구매개선토론회' 발제자로 김 소장은 패키지SW 시장서 꾸준히 제기돼온 불법복제와 저작권침해 문제가 여전하다는 점을 의문시했다. 각 개발사가 적극적으로 패키지SW 저작권을 보호할 의지만 있다면 불법복제는 근절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SW불법복제율이 41%로 OECD 평균 26%를 웃돈다고 알려진 가운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불법저작물단속결과 공공부문 SW저작권 위반사례는 1%미만으로 집계돼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관 자체조사를 통해 손쉽게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정도로 믿기 어려운 수치란 것이다.
김 소장은 토론회서 "마이크로소프트(MS)나 어도비처럼 온라인으로 인증을 시키고 라이선스를 위반한 사례를 발견시 사용자를 번거롭게 만들거나 후속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는 방식도 있다"면서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을텐데 패키지SW 기업들이 왜 그렇게 하지 않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SW불법복제가 발생하는 상황은 업무담당자가 자기 PC에 라이선스 없이 임의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해당 사업장이 적절한 사용권 구매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대량으로 설치해 쓰기도 한다.
해당 업무시스템은 대개 인터넷에 연결돼 있어 개발사가 제품에 해당 기능을 심어 무단사용을 차단하거나 업그레이드를 제공하지 않는 기술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패키지SW 개발업체 입장에서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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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MS 윈도의 경우 제품에 내장된 인증수단도 진화하는 추세지만 사용자들은 꾸준히 불평을 제기해왔다. 정품사용자는 번거로운 인증작업을 거쳐야하는 반면 불법복제 사용자들에게는 더 편리한 우회 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윤 이사는 "사용자에게 정품 사용을 유도 내지 강제해 수익성을 확보하느냐, 기존과 같은 편의성을 유지하느냐는 기업이 선택하는 부분"이라며 "우리는 기술적으로 문제를 풀긴 한계가 있다 보고 불법사용 단속보다 정품사용을 위한 계도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실사나 단속을 통해 문제사례를 발견한 패키지SW 개발업체가 해당 고객사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쉽지 않다. 국내 패키지SW업체 대부분이 영세한 중소규모 기업이 덩치큰 국가기관이나 정부 행정조직에 맞서려면 적잖은 사업기회를 포기하거나 손실을 감수해야한다. 오히려 공공기관은 불법사용 단속권 바깥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 이사는 "판매자측에 이익이 안 되면 공급을 안 해야 한다는 (김 소장) 얘기가 원론적으론 맞다"면서도 "그러자면 공공기관들이 불법SW를 사용 못한다는 보장이 확실히 돼야 하는데, 오히려 '공급 없으면 필요한 사람이 알아서 쓸 것'이란 가정이 가능한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이는 불법복제뿐아니라 대규모 사용처 단위로 체결되는 '사이트라이선스'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이 우월적지위로 과도하게 낮춘 납품단가와 부조리한 조건을 요구하는 관행은 일부 실태가 지적되고 있지만 개선 여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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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런 자리 아니어도 과거 한없이 비슷한 얘길 많이 했는데, 지난 90년대부터 사연도 사건도 많았지만 달라질 여지가 거의 안 보이고 문제가 심각하게 지속돼왔다"며 "오히려 이명박 정부 들어 문화부에 저작권, 지경부에 산업진흥, 행안부에 활용 등으로 분산시켜 관심이 응집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는 공공기관내 정품SW사용을 늘리고 중소SW개발업체와의 불공정 계약관행을 개선하는 취지로 열렸다. 발제자 김 소장과 함께 윤 이사, 김인현 공간정보통신 대표, 연세대 정보대학원 이봉규 교수, 문화체육관광부 조현래 저작권정책과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회를 주최한 전병헌의원실은 패키지SW 불법복제에 초점을 맞춘 자리를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소장의 발제는 국내 SW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제기와 공공정보화사업에 동원되는 SW구축 서비스용역(SI)까지 아울렀고 SW저작권 이슈는 그 곁가지로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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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9월 07일 07:18:30 /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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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현재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은 황폐화 돼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나쁜 짓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엉뚱하게 대기업을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내쫓아버렸는데, 이제 시장에는 정부와 (교섭력이 약한)중소기업만이 남게 됐습니다. 공공기관이 기존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은 더 나빠질 것입니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병헌 의원(민주당)이 개최한 ‘공공기관 소프트웨어 구매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한국과학기술원(이하 카이스트) 김진형 교수는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 자리에서 공공부문 소프트웨어 구매의 문제점으로 ▲패키지 소프트웨어보다 용역 선호 문화 ▲발주자의 비전문성 ▲품질보다 가격중심 ▲하도급 방치 ▲1년 단위의 사업 편중 등을 들었다.
그는 “공공기관이 패키지보다 용역을 너무 선호하다보니 대기업 시스템 통합 업체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이 편중됐다”면서 “공무원들이 대기업 임원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비꼬았다.
그는 이지원을 예로 들며 “시중에 있는 그룹웨어를 사용해도 되는데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굳이 이지원이라는 시스템을 개발해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나눠줬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그룹웨어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업체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겠나”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공공기관 그룹웨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핸디소프트는 이지원 보급과 함께 경영위기를 맞은 바 있다.
그는 아울러 “정보화 사업 발주자들이 대부분 순환보직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전혀 없다”면서 “발주자가 전문성이 없으니 요구사항이 명확치 않고, 패키지로 될 것도 계속 용역에 맡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발주자가 전문성이 없다 보니 대기업에 의존하게 됐고, 대기업은 스스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하도급을 주고 있다. 김 교수는 “하도급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개발자는 졍식지원이 아니다”면서 “임시적으로 프리랜서 개발자를 통해 시스템을 만들면 경험이 축적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발주자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발주만 전문으로 하는 정부내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그는 특히 소프트웨어 시스템 과업 예산 심의를 위한 민간 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지금은 시스템 구축에 얼마가 필요한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민간위원회에서 과업 예산을 심의하면, 그 예산을 집행하고 사업자 선정 기준에서 가격은 제외하는 방안을 김 교수는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김 교수의 발제 아래 연세대 정보대학원 이봉규 교수, 김인현 공간정보통신 대표, 윤태덕 이스트소프트 이사, 문화체육관광부 조현래 저작권정책과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봉규 교수는 정보화 예산의 문제를 지적했고, 김인현 대표는 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윤태덕 이스트소프트 이사는 공공기관의 불법소프트웨어 사용 문제를 꼬집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