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교수의 SW정책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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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학생이 본 아마존의 개발 풍경 인력양성

작년 가을에 유학간  제자가 올 여름 Amazon에서 인턴을 하고 있군요. 마국의 SW엔지니어 생활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어서 허락을 받고 이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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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진형 교수님.

교수님께 추천서 받아서 oo에서 공부하고 있는 ooo입니다. 얼마전에 ㅁㅁ이가 교수님을 뵈었다는 말 듣고 이제서야 연락드립니다.  별 일 없으셨는지요?

저는 지금 시애틀에 있는 Amazon AWS의 gateway 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턴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8/3까지인데 이제 막바지라 맡았던 프로젝트 마무리로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남의 돈 받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한국에 있는 전산과 친구들 소식을 들으면 저는 아주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미국에 건너오셨을 때 컬러 TV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로 문화적 충격이었다고 하셨는데 저도 두 학기 보내고 2달 정도 인턴을 하다보니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쉽게 넘어서기 힘든 벽이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에 대해서 말하자면, 일단 매니저나 프로덕트 매니저가 모두 매니저이기 이전에 훌륭한 엔지니어라서 프로젝트에 대해서 말하기가 아주 편합니다. 이상한 영어로 대충 말해도 다 알아먹습니다. 제가 뭘 하고 있는지도 적당히 설명하면 다 알아먹습니다. 세세한 내용도 잘 압니다. 버그가 나와서 일정이 꼬이는 것도 아주 잘 이해합니다.

그리고 아무거나 물어도 다 대답해주는 시니어 엔지니어들이 많습니다. (principal이라고 합니다.) 또 나름의 문제 해결법을 제시하면 마구 웃거나 no라고 하면서 답은 절대 안 가르쳐주고 왜 안 되는지만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제 멘터인데 이야기를 해보면 자바 언어 내부에 대해서 온갖 이상한 테크닉까지 빠삭하게 알고 있어서 놀라곤 합니다.

또 여기 사무실은 벽면이 화이트보드라서 아무곳에서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곤 합니다. 가끔씩 자기들끼리 문제를 놓고 싸우기도 하는데 아직 저는 거기에 끼어들 영어 실력이 안 되서 문제입니다. (이런 문화 때문에 자유로운 언어 소통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곤 합니다.)

매일 아침 11시마다 팀원들이 전부 모여서 자기가 뭐하는지 1분 정도씩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 외에는 근무 시간에 대한 제약도 사실상 없어서 이 점도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그래서 얘들은 일이 없으면 10시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하기도 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얘들도 일이 많을 때는 저녁 7시에 퇴근하고 그 후에도 집에서 일합니다.)

또 매주 한번씩 팀의 서비스 상황에 대한 그래프들을 띄워놓고 토론하고 2주마다 한번씩 본인이 스스로 새운 프로젝트 진행표를 화면에 띄워놓고 뭘 했나 설명하게끔 합니다. 코드 리뷰도 체계적이고 코드 유지 보수, 문서화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방대한 양의 코드(정말 방대하더군요.)가 체계적으로 관리되도록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근처 MS나 구글에서 인턴하는 친구들을 만났더니 자기 멘터가 아마존 내부 시스템이 좀 엉망이라더라 이런 소리를 한다고 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황당합니다. 회사에서 엔지니어들에게 제공하는 편의도 아주 좋은데 이것도 MS나 구글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라다고 하니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반면 카이스트 동기 한명은 자기가 말로만 듣던 갑을병의 갑이 되었는데 갑을병 매니저 3명이 모이면들에게 분위기 싸하다고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는데 듣고있자면 이곳과 한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근무환경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의 수업이나 학생들의 분위기도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는 웹서비스, 웹프로그래밍이나 단순 코딩(technical issue)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의 학부 시절을 생각하면 그런 문제는 본인이 관심있게 찾아봐야만 하는 것들이었는데 이곳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런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더 자주 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엔지니어로 취직하는 게 목표라서 더 관심있어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많은 학생들이 Java, C, 파이썬 말고도 아주 많은 언어들에 대해 어느정도는 이야기할만큼 경험이 있다는 점도 신선했습니다.

그렇다고 순수 cs를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인도, 중국 애들이 많아서인지 모르겠는데 시험만 있는 과목도 카이스트에서 학점 받는 것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또 매주 2~3번 열리는 세미나도 매번 상당히 재미있는 주제들이 나오곤 합니다.

.....

미국에 와서 그동안 겪었던 것들을 마구 적다보니 정신없는 글이 되었습니다. 하하하.

교수님께서 유학가서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게 괜찮은 길이라고 해주신 덕에 지금 이곳에 있는데 정말 안 왔으면 큰일날뻔 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미국에서 취직해서 적어도 10년 정도는 경력을 쌓고 싶습니다. 그리고 10년 후에 전문가의 위치에 오르면 또 다른 길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정신없는 글이 되어버렸지만, 다듬는 대신 이번주까지 팀원들에게 보여주기로 한 프로젝트 데모를 위해 코딩하러 가겠습니다. 용서해주시리라 믿습니다. ^^

한국은 굉장히 덥다는데 건강 조심하세요. 좋은 소식 생기면 또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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